주디 알리시아 스티브 데이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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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카카오 홈페이지 일부 캡쳐, 2014년 10월 1일 오후 4시 16분 (핀란드)
다음카카오 홈페이지 일부 캡쳐, 2014년 10월 1일 오후 4시 16분 (핀란드)

다음카카오가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위해 영어 (유럽권) 이름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은지 얼마되지 않아 그들의 새 웹사이트에서 Judie, Alicia, Steve, David 등의 이름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회사의 방침이 알파벳 이름을 가지는 것이라 원치 않게 저런 이름을 선택한 직원은 없을까? 왠지 모르게 일종의 사대주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며 최근 JTBC의 비정상회담이 대부분 유럽문화권의 백인으로 채워져 있다는 비판과 그림이 겹친다.

별명이 수평적 문화에 주는 힘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나 우리말로도 좋은 별명을 만들 수 있기에 안타깝다는 말이다. 한 예로 하자센터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의 경우 센터를 찾는 중고등학생들과 학생들을 지도하는 선생님들이 서로의 별명을 부르고 존대말을 한다. 물론 영어 이름이 하나의 별명일 수는 있다. 하지만 유일한 선택지는 아니다. 나도 작년에 하자센터에서 이틀간 고등학생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내 이름에서 한 글자를 따 “승”이라고 불러달라고 했고, “미라클”, “썬문” 등 다양한 별명이 있었다. 효과는 상당했다. 수평적인 문화에서 서로의 나이나 지난 경험보다는 지금의 이야기와 솔직한 표현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여전히 많은 한국인들이 영어 회화학원에 처음 가면 영어 이름을 지으라는 선생의 요구를 받는다. 언뜻 생각하면 영어를 공부하는 분위기에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실제로 이것이 영어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외국인 친구가 한국 이름을 부르기 어렵다고 해서 외국인을 위한 별명을 지어주는 것도 자신 이름의 이니셜을 딴 것이나 이름의 일부를 떼어 부르는 것이 아닌 이상 좋은 결정이 아닐 수 있다. 이로 인해 수년이나 알고 지낸 한국인 친구의 진짜 이름을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려워도 원래 이름대로 부르게 해 주는 것이 이름이 주는 개개인의 출신국가의 아름다운 어감을 느낄 수 있어 그들에게도 우리에게도 좋다. 처음엔 어려워도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핀란드에 처음 왔을 때 핀란드인의 이름을 부르기가 참 어려웠다. 수년이 지난 지금 난 핀란드인의 이름을 잘 발음한다는 기분 좋은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난 핀란드에 그만큼 가까워진 느낌이다. 그 이름들이 가진 뜻도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만시까매끼(Mansikkamäki)는 딸기언덕(Mansikka+mäki)을 말한다. 난 이제 mäki가 언덕이라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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