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호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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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호, 뉴욕 버팔로 시청 근처 해변에서

지금은 자주 연락하지 않지만 옛날에 자주 나를 한강에 데려다 주었던 고마운 친구가 있다. 내가 심란하다고 하면, 혹은 본인이 심란하면 아버님 차에 나를 태우고 한강변에 가곤 했다. 어쩌면 그렇게 자주 있었던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내 기억이, 고마움이 그 횟수를 부풀린지도. 우린 주로 늦은 시간에 봤고 한강변에 가서 캔 커피 따위나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다. 그 친구에게 미안해 말을 꺼낸 적은 없지만 사실 난 어두운 강변에 앉아있는 것으로 마음에 위안을 받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니 한번쯤은 있었다고 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정확할까.

처형과 동서가 사는 뉴욕 버팔로에서 여름을 보내고 있는데, 시내를 둘러보다 시청 근처의 이리 호 가까이 가게 되었다. 마주하고 있는 태양이 아주 강했는데 마침 바람이 우리쪽으로 아주 강하게 불고 있었다. 분명 바람이 불지 않았다면 땀이 날 만큼 높은 온도였는데 강한 바람 덕에 덥지도 시원하지도 않았다. 그 묘한 미지근한 따뜻함에 왠지 위안 받는 느낌이었다.

옛날 태국 한 여행지에서 통통배 스노클링을 한 적이 있다. 얼마간의 돈을 주면 작은 통통배에 몸을 싣고 처음 만난 십수명의 사람들과 해변에서 좀 떨어진 곳에 가서 스노클링도 하고, 배 위에서 선장이 해주는 볶음밥도 먹고, 나중엔 상어 양식장도 가보는 일종의 패키지 상품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중에 해변으로 다시 돌아오는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배에서 일하는 태국 선원 중 한명이 사다리를 타고 배의 지붕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따라 올라갔던 기억이 있다. 느리게 양쪽으로 흔들리는 통통배의 지붕에 누워 낮잠을 자는 그 직원을 보고 나도 반대편에 웃통을 벗고 덜렁 누워 잠을 청했다. 서너시쯤 부드러워진 태양 아래 흔들 흔들 덥지도 시원하지도 않은 통통배 나무 지붕에서의 낮잠. 이리 호 앞에서 그때가 떠올랐다.

2 Responses

  1. 이종하
    | Reply

    후후 좋은 추억이고 경험이구나,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되겠지!!! 캄보디아도………

    • Seungho
      | Reply

      정말 그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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